스파르타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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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쿠스 시즌2를 다 봤다. 단연코 내 인생 역대 최고의 드라마다. 스토리의 빠른 진행, 멋진 배우들의 연기, 로마시대에 사는 듯한 고증. 잔인하리만치 하나의 미화없는 순수한 폭력묘사. 엄청나게 선정적인 성애묘사. 드라마 전체를 아우르는 어두운 색감. 보고 있노라면 정말 황홀할 정도로 빨려든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것때문에 더 소름이 돋는다.


스파르타쿠스는 자유인이었지만 로마인에게 잡혀와 검투사가 되었다. 로마때문에 자유도 잃고 부인도 잃고 친구도 잃었다. 노예중에서도 가장 처절한, 로마인을 위해 남을 죽여야만 하는 검투사가 되었다. 현실에 순응하지 않았다.  주인을 죽이고 동료 노예들을 데리고 반란을 일으켜 로마 전체에 위협을 줬다. 시즌 1에서는 검투사에서 해방되는 이야기를 진행했기때문에, 사실 정치라던가 사회적인 면에 대해서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즌 2에서는 반란의 첫 시작을 10부작으로 그려주면서 단순히 개인의 해방을 그린 시즌1에 비해 집단과 집단이 맞붙었을 때 어느 쪽이 이기는가에 대한 성찰을 많이 준다. 또한 스파르타쿠스의 리더쉽. 대의의 중요함. 조직의 일관성 유지. 생각할 게 정말 많다.


시즌 2는 결국 로마의 집정관인 글래버와 검투사 출신 반란군 스파르타쿠스의 대결의 이야기다. 그 와중에 들어간 루크레시아, 일리시아, 아슈르의 사이드 스토리도 너무너무너무 훌륭하긴 하다만, 어쨌든 요약하자면 스파르타쿠스대 글래버의 이야기다. 글래버가 무조건 유리했다. 로마에서 파견을 와서 카퓨아에 조금 익숙치 않다는 그 하나의 조건 빼고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유리했다. 병력의 질과  수, 장비. 압도적이다. 스파르타쿠스는 병력의 숫자도 적고, 병력 구성도 모든 지멋대로 할려고하는 노예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칼도 몇 개 없어 팀의 에이스만 칼을 쓸 수 있는 환경이었다. 어찌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대결과 비슷하다. 그런데 스파르타쿠스도 그랬고, 가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싸움에서 스타트업이 이기는 경우가 나온다. 그 답을 시즌2에서 몇가지 엿볼 수가 있다.


첫번째로는 조직관리의 주요수단이다. 글래버는 이익을 중심으로 조직을 다스린다. 로마의 명예보다는 자신의 명예가 더 중요했고, 그의 심복들은 글래버를 따르는 게 아니라 글래버의 돈을 보고 따랐다. 아니면 글래버가 베풀어줄 수 있는 미래의 약속을 보고 복종했다. 게다가 글래버는 아슈르라는 비선조직을 따로 운영했다. 팀 구성상 잘 나갈 때는 좋지만, 위기가 왔을 때는 취약한 구조다. 스파르타쿠스는 자유라는 대의명분을 걸었다. 인류 전체를 꿰뚫는 거대한 무거운 대의명분을 짊어졌으나 그 전제를 팀원 모두에게 이해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크릭수스의 여친을 구하러 팀 전체를 무리한 위험에 노출했다. 대규모로 이방인 노예집단을 한번에 팀에 영입하면서 위계질서가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성공적인 결과를 부하들에게 직접 몸으로 입증했다. 위험한 도박이었기 때문에 성공후에 직원들이 갖는 충성심은 더 컸다. 돈으로는 조직을 빨리 만들수 있지만 깊이는 얕을 수 밖에 없다.


두번 째는 기동력이다. 항상 히트앤 런 작전이 제대로 걸렸을 때 스파르타쿠스는 승리했다. 투기장을 불살라버린 작전때도, 마지막 전투에서 절벽을 넝쿨을 타고 내려와 글래버를 결국 처단할 때도, 주요 전투병력은 스파르타쿠스, 가니쿠스, 크릭수스,  아그론 4명이었다.이 4명을 받쳐주기 위해 다른 팀원들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후방업무를 분담했다. 어쩌면, 노예군단중에 검투사 챔피언 출신이 4명 있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승리의 원천일지 모른다. 스파르타쿠스는 이 4명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방식의 전투만 택했다. 그것이 병력상 4명대 100명의 전투더라도 말이다. 반면 로마는 이 4명을 상대로 무조건 숫자로 밀어붙이고, 정면에서 싸우려고 한 것이 실패로 귀착되었다. 결론적으로  스파르타쿠스의 병법이 더 우월했다. 전력상 열세에 있는 팀은 무조건 자기가 유리한 전장에서 자기가 선택한 때에만 싸워야한다. 그것이 굉장히 위험해보일 때라도 말이다.


그 거대한 로마를 상대로 거의 국가존립의 위기까지 몰고 갔던 스파르타쿠스. 정말 대단한 인물이고 몇 번 봐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먼나라 이웃나라.

어릴 때 먼나라 이웃나라는 참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다만 그 복잡한 유럽의 역사를 다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동인도 회사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실체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헨리8세가 6번의 결혼을 하고 2명의 와이프는 참수형을 내린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몰랐다. 35살에 다시 읽는 먼나라 이웃나라는 완전히 새로운 책이다. 어릴 때와 달리 나는 지금 결혼을 했고 애가 있으며 돈을 벌고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한다. 내가 변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실감이 난다. 그 인물들이 거기서 그럴 수 밖에 없음을 느낀다. 내가 경험하는 만큼 세상을 더 알게 되는 것 같다.

아내

추신수는 작년에 엄청나게 부진했다. 올해 초에는 더 부진했다. 답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8월부터 거짓말처럼 반등했다. 후반기 출루율 전체 1위다. 타율도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추신수의 성적이 올라오며 팀도 상승세다. 놀라울 따름이다.

추신수의 성적은 심리적인 면이 컸다. 그는 아직도 피지컬적으로는 리그 상위의 랭커다. 그를 괴롭혔던 것은 몸쪽 공에 맞아서 손가락을 다쳤던 기억과 올해부터 적용된 심판의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 판정이었다. 억울한 면이 많았다. 잘할라고 했는데 부상을 당해서 몸쪽공이 두렵고, 아무리 봐도 작년까지는 볼이었던 공이 올해는 스트라이크다. 짜증이 났을 것 같다. 8월에 아내와 길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거기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그 이후로 추신수는 억울한 결과에 미련을 버린 것 같다. 항의하거나 억울한 제스쳐를 취하지 않는다. 바로 타석에 들어와 다음 타석을 기다린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서는 쳐 낸다. 누구나 비슷한 조언을 했겠지만, 그의 마음속까지 전해지는 조언은 아내의 조언이었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내의 기분이다. 아내가 기분이 좋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 들어갔는데 기분이 안 좋으면 나도 주눅이 든다. 나를 인정해주는 표현을 해주면 힘이 난다. 남자란 단순하다. 내 아내의 칭찬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된다. 추신수의 아내도 아마 진심으로 그를 위로해주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하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줬을 것이다.

아내는 위대한 존재다. 출산을 통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며, 집안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가정의 중심이다. 하지만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 아내가 힘들다 그러면 집안 전체의 활력이 떨어진다. 아내가 기분이 좋으면 남편과 애들 모두 힘이 솟는다.

주말에 아내가 기분이 좋으니 월요일 아침 나도 기운이 난다. 아내가 기분이 좋도록 여러가지로 힘써야겠다. 내 아내는 항상 기분이 좋으면 좋겠다.

판단착오.

아는 분이 있다. 나이가 좀 있다. 내가 속한 모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도 많으시고 모임에서 역할도 하고 있어, 친하진 않지만 부탁을 들으면 거절하기는 힘든 사이다. 그 분이 저번주에 전화를 하셨다. 이번주 화요일에 업체 소개차 함께 방문을 하자고 말이다. 보통 이런 미팅은 업무시간내에 하는 데 굳이 저녁 7시에 가자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만, 그 분이 하자고 하시니 마지못해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 통해 사업계획서를 받았는데 영 신통치 않다. 누구나 가르치는 컨텐츠를 올려서 팔 수 있게하는 플랫폼인데,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고 한다. 머 어찌됐든 다녀왔다. 역시나 아주아주 별로인 회사다. 내 관점에서는.

그 분은 이 회사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으신 것 같다. 굳이 평일 저녁 7시에 급하게 미팅을 시켜주며 적극적으로 나서시는 걸 보면 말이다. 예전에 교육계에 있으셨고, 창투업계에 있었던 그 분 입장에서 교육을 주 아이템으로 하는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자기가 확실히 잘 아는 분야고 잘 될지 안 될지 알아보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이셨을테다. 운명적이라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잘못된 결정이다. 이번 투자도 잘 되지 않을 것 같고, 이 사업도 잘 되지 않을 것 같다. 자기의 경험과 교집합이 많다고 해서 성공을 알아볼 수는 없다.

내가 멘플을 할 때도 비슷했다. 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고, 사람을 만나고픈 니즈가 굉장히 컸다. 그 때 승헌이 형을 만났다. 승헌이 형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스타트업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승헌이 형과도 말이 잘 통한다고 느꼈다. 운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니즈가 있으니, 시장에 니즈가 있는 건 확실하며 내가 먼저 생각해본 분야니까 남들보다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어떻게 성공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시작할 때 느낌이 너무 좋았기에 무시했다. 잘 안 될 것 같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잘 몰라서, 아니면 원래 사업할 때 주변 사람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낸다는 생각으로 개의치 않았다. 나와 뭔가 잘 맞는 듯한 사업은 맞지만 그 사업이 성공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자기 사업을 할 때는 굉장히 큰 리스크를 등에 업고 시작한다. 내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 모두를 쏟아붓는다. 이 판단을 하는 자체가 굉장히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일이라 일종의 심한 흥분상태에 들어간다. 포커판에서 마지막 한장을 기다리며 스티플을 노릴 때의 상태와 비슷하다. 그 흥분 상태에서 나오기도 쉽지 않다. 대략 몇 달이면 생각처럼 안되는 현실에 좌절할 때, 처음의 그 흥분상태를 기억하며 어려움을 이겨나가기 때문이다.

사업은 처음에 아무리 흥분되도, 돈을 보고 시작하는 게 맞다. 냉철한 계산이 서지 않는다면 이런 판단착오를 피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사업이 어렵다.

이경훈 우승.

작은아버지네는 어릴 때 애가 안생겨서 그렇게 고민이 많으셨다. 작은 아버지는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이면 항상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큰 형을 부러워했다. 뒤늦게 아이를 가졌다. 나랑 10살 차이가 나고, 어릴 때부터 덩치가 큰 경훈이는 명절에 만나면 순둥이처럼 잘 놀았다.

경훈이가 초등학교 후반이 될 무렵부터 작은 아버지 사업이 잘 안 됐다. 일산에 먼 곳으로 식당을 옮기셨고, 경훈이는 학교가 끝나면 작은아버지 식당 옆에 있는 골프연습장에서 시간을 때우곤 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재능을 발견했고 작은 아버지는 여기에 인생의 베팅을 거신다. 돈 많고 빨리 시작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서러운 일도 많고 자존심을 구겨가며 그래도 열심히 했다. 하늘이 도와 어렵게 어렵게 국가 대표가 되어 광저우 아시안 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 아시안 게임 기간이 KPGA 등록 기간이랑 어긋나 금메달을 땄어도 한국에서 뛰지 못하고 일본에서 주로 뛰었다. 첫해에 기세좋게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이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그 이후로는 기세가 주춤했다. 못한건 아니다. 2라운드까지 1위를 7번이나 했지만 매번 3, 4라운드에서 미끄러지길 반복했다.

그리고 코오롱 한국오픈이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중간에 2타차까지 쫓기긴 했지만 경기를 전체적으로 보면 압도적이었다. 대회에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끝까지 자기페이스를 지켜냈다. 여러가지로 잘 됐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생기고, CJ 오쇼핑과의 스폰서 계약 마지막해였는데 재계약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됐다.

명절에 만나면 아직도 경훈이를 나를 꽤 높게 쳐준다. 그런데 경훈이는 이미 나보다 높은 곳에 있다. 배 아파 할 일은 아니다. 나도 열심히 해서 높은 곳에서 같이 어울리면 된다. 어릴 때부터 지켜봐온 힘들었던 내 사촌동생의 우승을, 누구보다 축하한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우주란 신비하다.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하다. 저 별들은 각각의 세계에서 태양 이상급 되는 존재다. 지구와 같은 행성들은 지구에 사는 우리 눈으로는 볼 수가 없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 중에서는 하나의 태양이 한 개의 별로 보이는 경우도 있고, 몇 억개의 별들이 모여있지만 그 빛들이 우리 눈에는 한 개의 별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 빛나는 점 한 개는 사실 몇 천 광년의 세월을 지나 우리 눈에 닿은 것이다. 그 은하계의 몇 천, 몇 억년 전의 과거를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우주를 탐구하려면 직접 가거나, 여기로 오는 빛을 연구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직접 가기에는 아직 기술 수준이 모자르다. 가장 빨리 날아가는 인공체는 보이저 2호. 그래봐야 빛의 속도에 비하면 너무 느리다. 빛에 속도에 가까운 날아가는 인공체를 만들어야 직접 탐사가 그나마 가능하다. 반면 오는 빛을 연구하기엔 블랙홀의 존재 같은 빛나지 않는 공간의 탐사가 불가하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우주의 신비에 몇 억분의 1밖에 알 수 없는 것이다.

그 수많은 별중에 아마도 지구와 같이 지능을 가진 생물이 사는 행성이 있을 것이다. 그들과 접촉하는 것은 사실 우리가 누군지 알 수 있는 기회다. 지구인의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다. 그들이 우리보다 발전해 있을 가능성도 있고 미개할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지구를 관찰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새로운 미지의 생명과 조우하는 순간 우리의 인식세계는 한 차원 더 넓어질 것이다.

그 외계생명이 지구에서 멀리 살수록, 그 외계생명이 보내는 정보가 지구에 닿는 기간이 길어진다. 아직도 그들이 보낸 신호가 여기 지구에 오지 못했을 수도 있고, 스스로 정보를 송신할 수 있을만큼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신호가 아직까지 없다고 해서 외계에 지능을 가진 생물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넓디 넓은 우주에 지능을 가진 생물이 사는 곳이 지구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오만하다. 확률적으로 봤을 때, 분명히 어딘가에 우리와 다른 생명이 있을 것이다. 그 생명은 우리와는 다를 것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도 우리와는 전혀 다를 것이며, 외모도, 정보를 주고 받는 방식도 다를 것이다. 그들과 만나는 순간 우리는 엄청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망망대해에서 수많은 세월을 견뎌온 고독에 마침표는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외계생명과 조우하기 위해서 지구는 멸망하지 않아야한다. 핵전쟁으로 인해 지구 문명이 수세기 퇴보하는 사태는 결코 막아야한다. 지구는 어마어마한 확률적인 축복을 받은 행성이다. 지구와 똑같은 환경 아래 있는 어떤 행성도 이렇게 생명이 태어나서 문명을 건설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스스로 자각하고 아낄 줄 알아야한다.

우주는 신비롭다. 그 신비를 하나하나씩 밝혀갈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내 생에 외계인을 볼 수 있기를 빌어본다.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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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탑뉴스는 단연 김구라의 이혼이었다. 그의 아내의 17억 채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김구라는 그 사실을 숨기기보다는 가감없이 드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담담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내를 책하지 않고 가정을 화합하기 위해 조용히 노력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짠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중간에 입원했을 때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입원까지 했을까 연민을 불러냈다.

그가 이혼했다. 다른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든 문장으로 사람들에게 알렸다. 역시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동현이에게 미안하고, 아내의 채무를 책임지고 다 갚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표현은, ‘좁힐 수 없는 다름이 있다는 것을 인정’ 한다는 부분이었다. 그렇다. 아무리 사랑을 하고 가까이 지내고 시간을 보냈어도,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건 개인의 노력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근원적인 문제다.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그 것을 말로는 다 전달할 수가 없다. 말로 전달되는 부분은 정말 극히 일부분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파란색이, 다른 사람이 보는 색과는 전혀 다를 수가 있다. 그러나 똑같이 파란색이라고 표현하면 그 차이를 인식할 수가 없다.

결국 결혼이란 제도는 인내, 노력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나의 입장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조차 부질 없어지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물릴 때쯤, 남는 것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온 끝에 누적된 의리. 이 사람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남는다. 나를 100%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란 존재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고독한 인생을 옆에서 같이 걸어가주는 동지에 대한 고마움으로 유지되는 게 아닐까. 그 신뢰가 깨졌을 때는 이 제도는 유지되기 힘들다.

내 아내 정도면 내가 서로다른 평행우주에서 모두 100번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아마도 상위 10%안에 드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맞아서 힘들 때가 많다. 내가 모자른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좋은 선택을 했어도 이렇게 힘든게 결혼이다. 더 나았을 뻔했던 상위 9%의 선택을 아쉬워하는 건 부질 없다. 지금의 선택에 감사하고, 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배우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김구라의 이혼이 슬픈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도, 그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혼은, 그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100%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이 한계다. 김구라의 선택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앞으로의 그의 인생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