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http://www.fnnews.com/news/201601051733234467

페이스북에서 저 기사가 타임라인에 계속 뜬다. 헤이딜러라는 앱을 만든 피알앤디 컴퍼니는 자동차 이용자가 자신이 팔고 싶은 차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중고차딜러로부터 견적을 받아서 좋은 조건에 팔 수 있게 하면서 누적거래액 300억원을 넘겼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서 자동차 경매를 하려면 반드시 3300㎡ 이상 주차장과 200㎡ 이상 경매장을 확보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새누리당 김 의원의 지역구는 중고차 매매센터가 모여 있는 서울 강서 지역이다.

우리나라는 3권분립이 되어 있고 억울한 일이 생기면 주로 행정부에 가서 민원을 넣지만 행정부는 사실 법을 집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고 민원처리가 잘 안된다. 정말 억울한 일은 국회에 가서 이야기를 해야한다. 시대에 안 맞는 법은 고치고, 법이 아직 다스리지 못하는 영역에는 적절한 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일을 해야 억울한 일들이 해결될 수가 있다. 그런데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는다. 국회의 법은 지역을 챙기는 법이 있고 나라 전체를 챙기는 법이 있다. 국회의원은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나라 전체를 생각하여 법을 고칠 것이냐 지역구를 생각해서 법을 고칠 것이냐. 사명감이나 직업윤리등을 별개로 단순히 개인적이고 경제적인 인센티브로만 따지면 무조건 지역구를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다. 지역구를 챙겨야 다음 총선에 또 국회의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역 국회의원의 혜택을 하사받은 지역의 유력인사들은 다시 그 지역 국회의원을 밀어주고 국회의원은 다시 당선되고 챙겨주고. 그들간에 선순환 고리가 완성된다. 반면, 이권과 멀어져 있는 일반 국민들은 여기서 떨어지는 거 하나 없을 뿐더러 심할 경우에는 이렇게 피해까지 입는다.

국회가 무능하다 뭐라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자체를 좀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국회 정말 좆같다.

2015년 투자정산

올해 투자는 8건을 진행했다. 총 165억원. 그중 CO-gp사와 함께한 딜이 85억원. 순수히 내 힘으로 만들어 낸 건 5건, 80억원이다. 분야는 다양하다. 맛집검색앱을 만드는 회사, 식자재를 유통하는 사회적기업, 컴프레서 부품을 만드는 제조사, 마이크 MEMS TR을 만드는 제조사, 뽀로로등 여러 IP를 가지고 사업을하는 IT 컨텐츠 기업. 어쩌다보니 정말 통일성이 없는 포트폴리오가 되어버렸다.

투자를 검토할 때 신조는 남들이 뭐라해도 내가 좋으면 개의치않고 지르는 것이지만 그게 그렇게 맘대로 되지는 않는다. 우와 좋다! 해서 들이밀었다가 여러사람들이 지적하는 약점들에 마음이 약해져서 드랍해버린 경우도 있고, 투자사간 경쟁이 붙어 비딩에서 져버린 경우도 있다. 3달을 들여 거의 끝까지 진행이 되었는데 마지막에 대표님이랑 조건에서 이견을 보여 부러진 경우도 있다. 그렇게 놓친 건이 4건이다. 다 경험이 되고 좋은 약이 되리라 생각한다.

반면 정말 하고 싶을 때는 남들이 뭐라하던 내가 과감히 밀어붙인 경우들이 많다. 재무적 약점이라는 점은 초기기업이므로 앞으로 영업력을 보완하면 된다고 주장했고, 매출이 아직 없다는 것은 현재 아주 좋은 여러 지표들로 보아 분명히 매출을 만들 수 있으며 만들어진다면 아주 크게 될 것이라고 밀어부쳤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삘이 꽂히는 경우는 대표이사의 인성에 반한 경우다. 이런 저런 경력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면, 이 사업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겠구나 스스로 100% 납득이 된 경우에 이렇게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또 몇 건은 생각해보면 과연 내가 정말 스스로 100% 자주적으로 결정했는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은 시간제한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면 놓친다라는 압박은 판단하는데 굉장한 부담을 준다. 가장 좋은 건 내가 판단할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자료, 시장의 흐름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만 많은 경우 이렇게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 아 그래도 비교적 나쁘지는 않은데 지금 결정을 해야만 해서 결정한 경우도 있다. 최대한 이런 경우를 피하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올해 내가 투자한 기업 거의 모두가 투자당시에 검토했던 사업계획서보다는 매출이 잘 안나오고 있다. 사업 계획이란 정말 계획일 뿐이다. 물론 이런 점까지 염두에 두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큰 타격은 아니다. 투자를 할 때는 최악에 최악으로 진행되도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을 고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스스로 확신이 들어서 진행한 경우엔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반면 시간제한에 떠밀려 결정한 경우엔 불안하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이래서 중요한 것 같다.

어쨌든 2015년은 갔다. 내년에는 더 좋은 기업에 스스로 판단해서 잘 투자할 수 있도록해야겠다.

스파르타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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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쿠스 시즌2를 다 봤다. 단연코 내 인생 역대 최고의 드라마다. 스토리의 빠른 진행, 멋진 배우들의 연기, 로마시대에 사는 듯한 고증. 잔인하리만치 하나의 미화없는 순수한 폭력묘사. 엄청나게 선정적인 성애묘사. 드라마 전체를 아우르는 어두운 색감. 보고 있노라면 정말 황홀할 정도로 빨려든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것때문에 더 소름이 돋는다.


스파르타쿠스는 자유인이었지만 로마인에게 잡혀와 검투사가 되었다. 로마때문에 자유도 잃고 부인도 잃고 친구도 잃었다. 노예중에서도 가장 처절한, 로마인을 위해 남을 죽여야만 하는 검투사가 되었다. 현실에 순응하지 않았다.  주인을 죽이고 동료 노예들을 데리고 반란을 일으켜 로마 전체에 위협을 줬다. 시즌 1에서는 검투사에서 해방되는 이야기를 진행했기때문에, 사실 정치라던가 사회적인 면에 대해서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즌 2에서는 반란의 첫 시작을 10부작으로 그려주면서 단순히 개인의 해방을 그린 시즌1에 비해 집단과 집단이 맞붙었을 때 어느 쪽이 이기는가에 대한 성찰을 많이 준다. 또한 스파르타쿠스의 리더쉽. 대의의 중요함. 조직의 일관성 유지. 생각할 게 정말 많다.


시즌 2는 결국 로마의 집정관인 글래버와 검투사 출신 반란군 스파르타쿠스의 대결의 이야기다. 그 와중에 들어간 루크레시아, 일리시아, 아슈르의 사이드 스토리도 너무너무너무 훌륭하긴 하다만, 어쨌든 요약하자면 스파르타쿠스대 글래버의 이야기다. 글래버가 무조건 유리했다. 로마에서 파견을 와서 카퓨아에 조금 익숙치 않다는 그 하나의 조건 빼고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유리했다. 병력의 질과  수, 장비. 압도적이다. 스파르타쿠스는 병력의 숫자도 적고, 병력 구성도 모든 지멋대로 할려고하는 노예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칼도 몇 개 없어 팀의 에이스만 칼을 쓸 수 있는 환경이었다. 어찌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대결과 비슷하다. 그런데 스파르타쿠스도 그랬고, 가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싸움에서 스타트업이 이기는 경우가 나온다. 그 답을 시즌2에서 몇가지 엿볼 수가 있다.


첫번째로는 조직관리의 주요수단이다. 글래버는 이익을 중심으로 조직을 다스린다. 로마의 명예보다는 자신의 명예가 더 중요했고, 그의 심복들은 글래버를 따르는 게 아니라 글래버의 돈을 보고 따랐다. 아니면 글래버가 베풀어줄 수 있는 미래의 약속을 보고 복종했다. 게다가 글래버는 아슈르라는 비선조직을 따로 운영했다. 팀 구성상 잘 나갈 때는 좋지만, 위기가 왔을 때는 취약한 구조다. 스파르타쿠스는 자유라는 대의명분을 걸었다. 인류 전체를 꿰뚫는 거대한 무거운 대의명분을 짊어졌으나 그 전제를 팀원 모두에게 이해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크릭수스의 여친을 구하러 팀 전체를 무리한 위험에 노출했다. 대규모로 이방인 노예집단을 한번에 팀에 영입하면서 위계질서가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성공적인 결과를 부하들에게 직접 몸으로 입증했다. 위험한 도박이었기 때문에 성공후에 직원들이 갖는 충성심은 더 컸다. 돈으로는 조직을 빨리 만들수 있지만 깊이는 얕을 수 밖에 없다.


두번 째는 기동력이다. 항상 히트앤 런 작전이 제대로 걸렸을 때 스파르타쿠스는 승리했다. 투기장을 불살라버린 작전때도, 마지막 전투에서 절벽을 넝쿨을 타고 내려와 글래버를 결국 처단할 때도, 주요 전투병력은 스파르타쿠스, 가니쿠스, 크릭수스,  아그론 4명이었다.이 4명을 받쳐주기 위해 다른 팀원들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후방업무를 분담했다. 어쩌면, 노예군단중에 검투사 챔피언 출신이 4명 있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승리의 원천일지 모른다. 스파르타쿠스는 이 4명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방식의 전투만 택했다. 그것이 병력상 4명대 100명의 전투더라도 말이다. 반면 로마는 이 4명을 상대로 무조건 숫자로 밀어붙이고, 정면에서 싸우려고 한 것이 실패로 귀착되었다. 결론적으로  스파르타쿠스의 병법이 더 우월했다. 전력상 열세에 있는 팀은 무조건 자기가 유리한 전장에서 자기가 선택한 때에만 싸워야한다. 그것이 굉장히 위험해보일 때라도 말이다.


그 거대한 로마를 상대로 거의 국가존립의 위기까지 몰고 갔던 스파르타쿠스. 정말 대단한 인물이고 몇 번 봐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아내

추신수는 작년에 엄청나게 부진했다. 올해 초에는 더 부진했다. 답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8월부터 거짓말처럼 반등했다. 후반기 출루율 전체 1위다. 타율도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추신수의 성적이 올라오며 팀도 상승세다. 놀라울 따름이다.

추신수의 성적은 심리적인 면이 컸다. 그는 아직도 피지컬적으로는 리그 상위의 랭커다. 그를 괴롭혔던 것은 몸쪽 공에 맞아서 손가락을 다쳤던 기억과 올해부터 적용된 심판의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 판정이었다. 억울한 면이 많았다. 잘할라고 했는데 부상을 당해서 몸쪽공이 두렵고, 아무리 봐도 작년까지는 볼이었던 공이 올해는 스트라이크다. 짜증이 났을 것 같다. 8월에 아내와 길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거기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그 이후로 추신수는 억울한 결과에 미련을 버린 것 같다. 항의하거나 억울한 제스쳐를 취하지 않는다. 바로 타석에 들어와 다음 타석을 기다린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서는 쳐 낸다. 누구나 비슷한 조언을 했겠지만, 그의 마음속까지 전해지는 조언은 아내의 조언이었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내의 기분이다. 아내가 기분이 좋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 들어갔는데 기분이 안 좋으면 나도 주눅이 든다. 나를 인정해주는 표현을 해주면 힘이 난다. 남자란 단순하다. 내 아내의 칭찬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된다. 추신수의 아내도 아마 진심으로 그를 위로해주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하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줬을 것이다.

아내는 위대한 존재다. 출산을 통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며, 집안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가정의 중심이다. 하지만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 아내가 힘들다 그러면 집안 전체의 활력이 떨어진다. 아내가 기분이 좋으면 남편과 애들 모두 힘이 솟는다.

주말에 아내가 기분이 좋으니 월요일 아침 나도 기운이 난다. 아내가 기분이 좋도록 여러가지로 힘써야겠다. 내 아내는 항상 기분이 좋으면 좋겠다.

판단착오.

아는 분이 있다. 나이가 좀 있다. 내가 속한 모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도 많으시고 모임에서 역할도 하고 있어, 친하진 않지만 부탁을 들으면 거절하기는 힘든 사이다. 그 분이 저번주에 전화를 하셨다. 이번주 화요일에 업체 소개차 함께 방문을 하자고 말이다. 보통 이런 미팅은 업무시간내에 하는 데 굳이 저녁 7시에 가자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만, 그 분이 하자고 하시니 마지못해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 통해 사업계획서를 받았는데 영 신통치 않다. 누구나 가르치는 컨텐츠를 올려서 팔 수 있게하는 플랫폼인데,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고 한다. 머 어찌됐든 다녀왔다. 역시나 아주아주 별로인 회사다. 내 관점에서는.

그 분은 이 회사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으신 것 같다. 굳이 평일 저녁 7시에 급하게 미팅을 시켜주며 적극적으로 나서시는 걸 보면 말이다. 예전에 교육계에 있으셨고, 창투업계에 있었던 그 분 입장에서 교육을 주 아이템으로 하는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자기가 확실히 잘 아는 분야고 잘 될지 안 될지 알아보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이셨을테다. 운명적이라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잘못된 결정이다. 이번 투자도 잘 되지 않을 것 같고, 이 사업도 잘 되지 않을 것 같다. 자기의 경험과 교집합이 많다고 해서 성공을 알아볼 수는 없다.

내가 멘플을 할 때도 비슷했다. 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고, 사람을 만나고픈 니즈가 굉장히 컸다. 그 때 승헌이 형을 만났다. 승헌이 형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스타트업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승헌이 형과도 말이 잘 통한다고 느꼈다. 운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니즈가 있으니, 시장에 니즈가 있는 건 확실하며 내가 먼저 생각해본 분야니까 남들보다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어떻게 성공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시작할 때 느낌이 너무 좋았기에 무시했다. 잘 안 될 것 같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잘 몰라서, 아니면 원래 사업할 때 주변 사람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낸다는 생각으로 개의치 않았다. 나와 뭔가 잘 맞는 듯한 사업은 맞지만 그 사업이 성공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자기 사업을 할 때는 굉장히 큰 리스크를 등에 업고 시작한다. 내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 모두를 쏟아붓는다. 이 판단을 하는 자체가 굉장히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일이라 일종의 심한 흥분상태에 들어간다. 포커판에서 마지막 한장을 기다리며 스티플을 노릴 때의 상태와 비슷하다. 그 흥분 상태에서 나오기도 쉽지 않다. 대략 몇 달이면 생각처럼 안되는 현실에 좌절할 때, 처음의 그 흥분상태를 기억하며 어려움을 이겨나가기 때문이다.

사업은 처음에 아무리 흥분되도, 돈을 보고 시작하는 게 맞다. 냉철한 계산이 서지 않는다면 이런 판단착오를 피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사업이 어렵다.

이경훈 우승.

작은아버지네는 어릴 때 애가 안생겨서 그렇게 고민이 많으셨다. 작은 아버지는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이면 항상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큰 형을 부러워했다. 뒤늦게 아이를 가졌다. 나랑 10살 차이가 나고, 어릴 때부터 덩치가 큰 경훈이는 명절에 만나면 순둥이처럼 잘 놀았다.

경훈이가 초등학교 후반이 될 무렵부터 작은 아버지 사업이 잘 안 됐다. 일산에 먼 곳으로 식당을 옮기셨고, 경훈이는 학교가 끝나면 작은아버지 식당 옆에 있는 골프연습장에서 시간을 때우곤 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재능을 발견했고 작은 아버지는 여기에 인생의 베팅을 거신다. 돈 많고 빨리 시작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서러운 일도 많고 자존심을 구겨가며 그래도 열심히 했다. 하늘이 도와 어렵게 어렵게 국가 대표가 되어 광저우 아시안 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 아시안 게임 기간이 KPGA 등록 기간이랑 어긋나 금메달을 땄어도 한국에서 뛰지 못하고 일본에서 주로 뛰었다. 첫해에 기세좋게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이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그 이후로는 기세가 주춤했다. 못한건 아니다. 2라운드까지 1위를 7번이나 했지만 매번 3, 4라운드에서 미끄러지길 반복했다.

그리고 코오롱 한국오픈이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중간에 2타차까지 쫓기긴 했지만 경기를 전체적으로 보면 압도적이었다. 대회에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끝까지 자기페이스를 지켜냈다. 여러가지로 잘 됐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생기고, CJ 오쇼핑과의 스폰서 계약 마지막해였는데 재계약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됐다.

명절에 만나면 아직도 경훈이를 나를 꽤 높게 쳐준다. 그런데 경훈이는 이미 나보다 높은 곳에 있다. 배 아파 할 일은 아니다. 나도 열심히 해서 높은 곳에서 같이 어울리면 된다. 어릴 때부터 지켜봐온 힘들었던 내 사촌동생의 우승을, 누구보다 축하한다.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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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탑뉴스는 단연 김구라의 이혼이었다. 그의 아내의 17억 채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김구라는 그 사실을 숨기기보다는 가감없이 드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담담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내를 책하지 않고 가정을 화합하기 위해 조용히 노력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짠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중간에 입원했을 때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입원까지 했을까 연민을 불러냈다.

그가 이혼했다. 다른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든 문장으로 사람들에게 알렸다. 역시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동현이에게 미안하고, 아내의 채무를 책임지고 다 갚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표현은, ‘좁힐 수 없는 다름이 있다는 것을 인정’ 한다는 부분이었다. 그렇다. 아무리 사랑을 하고 가까이 지내고 시간을 보냈어도,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건 개인의 노력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근원적인 문제다.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그 것을 말로는 다 전달할 수가 없다. 말로 전달되는 부분은 정말 극히 일부분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파란색이, 다른 사람이 보는 색과는 전혀 다를 수가 있다. 그러나 똑같이 파란색이라고 표현하면 그 차이를 인식할 수가 없다.

결국 결혼이란 제도는 인내, 노력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나의 입장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조차 부질 없어지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물릴 때쯤, 남는 것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온 끝에 누적된 의리. 이 사람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남는다. 나를 100%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란 존재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고독한 인생을 옆에서 같이 걸어가주는 동지에 대한 고마움으로 유지되는 게 아닐까. 그 신뢰가 깨졌을 때는 이 제도는 유지되기 힘들다.

내 아내 정도면 내가 서로다른 평행우주에서 모두 100번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아마도 상위 10%안에 드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맞아서 힘들 때가 많다. 내가 모자른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좋은 선택을 했어도 이렇게 힘든게 결혼이다. 더 나았을 뻔했던 상위 9%의 선택을 아쉬워하는 건 부질 없다. 지금의 선택에 감사하고, 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배우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김구라의 이혼이 슬픈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도, 그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혼은, 그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100%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이 한계다. 김구라의 선택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앞으로의 그의 인생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