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

f0836b503

사기는 정말로 좋은 책이다. 중국 하 은 주 시대가 끝난 시점, 중국 춘추 전국 시대부터 진나라를 거쳐 유방과 항우의 이야기를 지나 한나라 무제까지의 이야기를, 유명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며 인생이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 해준다. 좋은 점은, 한 사건을 한 번에 서술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한 사건을 여러번 각자의 입장에서 들여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기전체라고 하던데, 훨씬더 박진감이 있고 몰입감을 주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린 만화지만, 만화책으로 워낙 잘 녹여놔서 흠뻑 빠져들어 읽었다.

두 가지를 느꼈는데, 하나는 사람에 관한 것, 또 하나는 돈(혹은 권력)에 관한 것이다. 사람의 인생은 어찌될 지 모른다. 오자서를 비롯해서 유방, 한신까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수많은 위인들의 인생은 파란 만장하다. 배신자로 몰려 죽을 위기에까지 몰렸다가도 다른 나라에 가서 재상이 되어 복수를 한다. 평민 출신에 내세울 것 없던 사람이 나라를 통일하고 후세에 남는 위대한 왕조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수 많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내 인생도 어찌될 지 모르며, 남의 인생도 어찌될 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낙담할 필요가 별로 없다. 인생은 길게 보고,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남겨둘 수 있다면 언제든 재기의 기회는 온다.

돈과 권력을 제대로 쓰기가 매우 어렵다. 진시황 뒤를 이은 희대의 간신 조고를 비롯해 한 고조의 뒤를 이은 여태후. 돈과 권력에 맛들리면 나라를 망칠 뿐더러 자기 주변의 인물들까지 싸그리 화를 입힌다. 그나마 자신의 부를 주위 사람에게 나누어준 전국시대 사공자들을 보면, 돈과 권력을 잡을 수록 나눌 줄 알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아니면 나만 죽는 게 아니라, 내 가족, 내 주변 사람, 평소 나를 싫어하는 사람 모두모두 죽는다. 굉장히 불행하게 될 수 밖에 없으니, 그나마 살아서 천수라도 누리고 싶다면 내 것을 남에게 위임할 줄 알아야한다. 굽힐 줄 알아야한다.

몇 번이나 더 읽어서 인생에 어려울 때마다 엿보고 내 삶의 이정표로 삼을 만한, 정말 최고의 고전이다.

Advertisements

2 thoughts on “사마천. 사기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