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착오.

아는 분이 있다. 나이가 좀 있다. 내가 속한 모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도 많으시고 모임에서 역할도 하고 있어, 친하진 않지만 부탁을 들으면 거절하기는 힘든 사이다. 그 분이 저번주에 전화를 하셨다. 이번주 화요일에 업체 소개차 함께 방문을 하자고 말이다. 보통 이런 미팅은 업무시간내에 하는 데 굳이 저녁 7시에 가자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만, 그 분이 하자고 하시니 마지못해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 통해 사업계획서를 받았는데 영 신통치 않다. 누구나 가르치는 컨텐츠를 올려서 팔 수 있게하는 플랫폼인데,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고 한다. 머 어찌됐든 다녀왔다. 역시나 아주아주 별로인 회사다. 내 관점에서는.

그 분은 이 회사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으신 것 같다. 굳이 평일 저녁 7시에 급하게 미팅을 시켜주며 적극적으로 나서시는 걸 보면 말이다. 예전에 교육계에 있으셨고, 창투업계에 있었던 그 분 입장에서 교육을 주 아이템으로 하는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자기가 확실히 잘 아는 분야고 잘 될지 안 될지 알아보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이셨을테다. 운명적이라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잘못된 결정이다. 이번 투자도 잘 되지 않을 것 같고, 이 사업도 잘 되지 않을 것 같다. 자기의 경험과 교집합이 많다고 해서 성공을 알아볼 수는 없다.

내가 멘플을 할 때도 비슷했다. 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고, 사람을 만나고픈 니즈가 굉장히 컸다. 그 때 승헌이 형을 만났다. 승헌이 형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스타트업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승헌이 형과도 말이 잘 통한다고 느꼈다. 운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니즈가 있으니, 시장에 니즈가 있는 건 확실하며 내가 먼저 생각해본 분야니까 남들보다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어떻게 성공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시작할 때 느낌이 너무 좋았기에 무시했다. 잘 안 될 것 같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잘 몰라서, 아니면 원래 사업할 때 주변 사람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낸다는 생각으로 개의치 않았다. 나와 뭔가 잘 맞는 듯한 사업은 맞지만 그 사업이 성공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자기 사업을 할 때는 굉장히 큰 리스크를 등에 업고 시작한다. 내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 모두를 쏟아붓는다. 이 판단을 하는 자체가 굉장히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일이라 일종의 심한 흥분상태에 들어간다. 포커판에서 마지막 한장을 기다리며 스티플을 노릴 때의 상태와 비슷하다. 그 흥분 상태에서 나오기도 쉽지 않다. 대략 몇 달이면 생각처럼 안되는 현실에 좌절할 때, 처음의 그 흥분상태를 기억하며 어려움을 이겨나가기 때문이다.

사업은 처음에 아무리 흥분되도, 돈을 보고 시작하는 게 맞다. 냉철한 계산이 서지 않는다면 이런 판단착오를 피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사업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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