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우승.

작은아버지네는 어릴 때 애가 안생겨서 그렇게 고민이 많으셨다. 작은 아버지는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이면 항상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큰 형을 부러워했다. 뒤늦게 아이를 가졌다. 나랑 10살 차이가 나고, 어릴 때부터 덩치가 큰 경훈이는 명절에 만나면 순둥이처럼 잘 놀았다.

경훈이가 초등학교 후반이 될 무렵부터 작은 아버지 사업이 잘 안 됐다. 일산에 먼 곳으로 식당을 옮기셨고, 경훈이는 학교가 끝나면 작은아버지 식당 옆에 있는 골프연습장에서 시간을 때우곤 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재능을 발견했고 작은 아버지는 여기에 인생의 베팅을 거신다. 돈 많고 빨리 시작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서러운 일도 많고 자존심을 구겨가며 그래도 열심히 했다. 하늘이 도와 어렵게 어렵게 국가 대표가 되어 광저우 아시안 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 아시안 게임 기간이 KPGA 등록 기간이랑 어긋나 금메달을 땄어도 한국에서 뛰지 못하고 일본에서 주로 뛰었다. 첫해에 기세좋게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이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그 이후로는 기세가 주춤했다. 못한건 아니다. 2라운드까지 1위를 7번이나 했지만 매번 3, 4라운드에서 미끄러지길 반복했다.

그리고 코오롱 한국오픈이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중간에 2타차까지 쫓기긴 했지만 경기를 전체적으로 보면 압도적이었다. 대회에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끝까지 자기페이스를 지켜냈다. 여러가지로 잘 됐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생기고, CJ 오쇼핑과의 스폰서 계약 마지막해였는데 재계약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됐다.

명절에 만나면 아직도 경훈이를 나를 꽤 높게 쳐준다. 그런데 경훈이는 이미 나보다 높은 곳에 있다. 배 아파 할 일은 아니다. 나도 열심히 해서 높은 곳에서 같이 어울리면 된다. 어릴 때부터 지켜봐온 힘들었던 내 사촌동생의 우승을, 누구보다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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