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상처를 받을 때는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다. 연인관계라면 내가 관계에 소홀하지 않았음에도 상대방이 바람을 피는 경우이고(그레타, 댄), 가족 관계에서는 아이들 입장에서 자신이 잘못한 바가 없는데 부모가 이혼해 가정이 불행한 경우다(바이올렛).

내 탓이 아님에도 망가진 관계가 마치 자기 잘못인 것 처럼 느껴져 댄은 일과 자기자신에 소홀해지고, 바이올렛은 되바라져버린다. 5년을 함께한 애인이 뜨고 나서 자기를 차버린 그레타 역시 상실감에 빠져 의기소침하다. 보통 이런 경우에 다시 대화를 하고 진솔하게 마음을 열어 관계를 회복하라고 하지만, 상처를 입은 쪽은 억울해서, 상처를 준 쪽은 미안해서 대화자체가 어렵다. 그럴 때 오히려 관계의 회복의 열쇠가 되는 것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일 수 있다.

관계 자체에 자신감이 없어진 그 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모티베이션을 주며 주관적인 관점에서 생각이 고착되어버린 기존의 관계를 제 3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바라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댄은 그레타를 만나 음악을 만들면서 자신의 원래 재능이었던 프로듀싱에 대한 자신감을 재발견한다. 그레타에게 자신의 아픈 상처 이야기를 털어내고 위로받는다. 딸인 바이올렛과의 사이도 그레타의 도움으로 회복된다.

이 모든 장면들을 구구절절히 대사와 연기만으로 풀어냈다면 이 영화는 이렇게 흥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각 장면에 들어간 음악들로 설명을 대신한다. 시청자는 말이 아니라 음악으로 동감한다. 댄이 그레타에게 아픈 상처이야기를 꺼내고 더블 덱으로 재즈음악을 들으며 뉴욕거리를 활보하는 장면, 딸 바이올렛의 기타와 댄의 베이스 연주로 서로의 관계가 회복되는 장면, 그레타가 준 LOST STARS 노래를 공연장에서 부르는 데이브를 보며 결국 그레타가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장면은 압권이다. 말보다 음악이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사람으로 만들어진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치유된다. 음악과 함께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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