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의 새 앨범을 듣고.

김동률의 새 앨범이 나왔다.
김동률의 음악은 폴로티셔츠 같다. 항상 그만의 스타일로만 노래를 만든다. 진부하긴 하지만 어떤 스타일의 노래일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퀄리티만 나와준다면 기대만큼의 만족을 준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클래시컬하고, 온갖 현악기와 관악기를 가요에 접합하면서 베이스로는 약간의 루저감성을 섞어놓는 그의 음악은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여서 좋다.
취중진담을 듣던 때가 생각이 난다. 대학교 시절에 나왔던 그 노래는 연애를 처음 경험해보고 생각치 못한 실패에 자신의 비참함을 과장하던 젊은이들에게는 정말 자신을 대변해주는 노래였다. 노래방만 가면 괜시리 눈을 깔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저음을 내면서 가오를 잡고는, 우수에 찬 스스로의 모습에 위안을 받고는 했다. 게다가 고음파트에 가면 노래가 살짝 어려워서 그 정도도 불러낼 수 있는 자기 모습에 다시한번 반하게 되는. 자신의 비참함을 애수로 포장해주면서 노래도 멋스럽게 부를줄 안다고 착각하게 했던, 정말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했던 나르시즘의 노래였던 것 같다.
그랬던 친구들은 이제는 더이상 취중진담을 부르지 않는다. 노래도 이제 들으면 촌스럽기도 하거니와, 더 이상은 술마시고 고백해야할 정도로 쑥맥이지가 않다. 사실, 솔로에게는 연애란 그렇게 취해야만 고백할 수 있는 무거운 주제가 아니고 유부남들에게는 애 키우는데만도 벅차다.
그래도, 여전히 솔로로서 그 시절의 감성을 유지하고 노래의 스타일은 더욱 세련되게 만들어 들려주는 그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다.
김동률 형님은 앞으로도 계속, 나를 그 시절로 데려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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