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나의 이야기를 읽고.

 

퍼거슨 같은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평생을 한 프랜차이즈 팀에서 명성을 쌓았고, 아이덴티티를 세상누구보다도 굳건하게 만들어냈다. 게다가 사람들의 존경, 남부럽지 않은 부, 8명의 손자까지. 정말 소원이 없을 듯하고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인 것 같다.  퍼거슨의 자서전에서 어떻게 그런 삶을 만들어냈는지 엿보니 한가지의 키워드가 보인다. 독고다이.

독고다이. 이 사람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았다. 애초에 남의 힘을 빌릴 생각조차 없었던 것 같다. 무조건 자신의 권위를 최선의 가치로 두었다. 아무리 어떤 선수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도, 그 선수가 없으면 팀이 이길 수 없을 것 같아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면 가차없이 내쳤다.  베컴의 사례를 보자. 누구보다도 찬란한 재능을 발견한 스승입장에서, 축구의 최고자리가 아닌 곳에 눈을 돌리는 제자를 용서하기는 힘들었다. 팀을 최 우선으로 생각하는 감독에게, 자신이 팀보다 큰 존재라고 생각하는 선수 또한 용납되지 않았다. 베컴이 팀을 떠날 때 여러 사람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언론에서 엄청나게 퍼거슨을 질타했지만 그는 눈 꿈쩍하나 하지 않고 베컴을 내쳤다. 한명의 수퍼스타보다도 팀이 더 중요하고, 그 팀을 지배하고 있는 자신의 권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보면, 퍼거슨이 맞았던 것 같다. 베컴이 떠난 이후에도 맨유는 최고였다. 퍼거슨의 권위는 더욱 올라갔다. 이는 다시 선수들이 퍼거슨을 진심으로 믿는 계기가 되어 퍼거슨은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었고 그래서 선수들이 더더욱 퍼거슨의 지휘에 따르게 되는 선순환을 불러왔다.

이런 독고다이 정신이 빛을 또 발한 부분이 선수영입이다. 그가 안데르송, 클래버리, 암튼 여러 영입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데 중요하게 고려한 점이 두 가지다. 재능에 비해 비싼 값은 치르지 않는다. 테베즈나 몇몇을 제외하면, 인품이 좋고 훈련에 성실히 임하며 경기에 죽을듯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재능을 택해야한다는 것을 최선의 가치로 두고 끝까지 사수해냈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퍼거슨의 후임감독 두 명이 오버페이를 해가면서 현명하지 못한(현재까지는 그래보이는) 영입을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감독은 흔히 가장 외로운 자리라고 불린다. 그래서 선수의 말에, 언론에 말에, 팬들의 말에, 구단주의 말에 휘둘려 자신이 생각한 리더쉽을 100프로 실현하는 것이 어렵다. 그 자리에서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해 낸 퍼거슨은 이 시대 마지막 진정한 수컷이었던 듯하다.

PS.

퍼거슨의 자서전에는 끝까지 박지성을 단독으로 할애하여 설명한 부분이 없어서 아쉽다. 베컴, 루니, 긱스, 호날두 등은 아예 한 챕터를 할애해서 영입부터 은퇴 혹은 방출까지 여러가지 이야기를 펼쳐내건만 박지성은 그런 게 없다. 몇 부분 나오는데 주로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박지성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다. 조금 더 메시를 전담마크하게 할 걸이라거나, 그 침착한 박지성마저 우왕좌왕했다거나. 그런 이야기. 결국 박지성은 퍼거슨에게 훌륭한 스쿼드 멤버이자 수비요원. 딱 그만큼이었던 것 같다. 이 점이 퍼거슨의 또 다른 성공요인이었던 듯하다. 선수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알아보고 딱 그만큼을 활용해내는 것. 그만큼 인정받은 박지성이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조금 퍼거슨이 얄미워 보이는 건 한국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나보다. 어차피 두꺼운 자서전 몇 페이지만 더 넣어주면 덧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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