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 손자를 읽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유명한 말이 바로 손자병법에 나온 말이다. 그런데 약간 원전과는 다르게 퍼졌다. 원전에는 地形 편에 지피지기면 승내불태(勝乃不殆), 지천지지면(知天知地) 승내가전(勝乃可全)이라 하여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고, 하늘을 알고 땅을 알면 승리는 곧 온전하다 하였다.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지지는 않을 뿐, 이기기 위해서는 해당 전쟁의 지형과 상황 및 주변 제후국의 정황과 적장의 심리까지, 말하자면 전장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하였다.

또 計편을 보면,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고, 전쟁을 할 것이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데,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 순으로 중요하다 한다. 도는 임금의 덕이요, 천은 하늘의 뜻이요, 지는 지형적인 유리함이요, 장은 좋은 장수를 일컬음이요, 법은 내부의 법과 제도가 얼마나 잘 섰는지를 얘기하는데,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임금의 덕. 임금이 얼마나 자기나라와 다른나라를 잘 알고 싸울 때를 잘 결정하느냐, 위임을 잘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스타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꼽히는 선수로는 임요환이 있었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허허실실’을 잘 쓴 선수로 뽑을 수 있는데, 상대로 하여금 나의 허를 보게 한 뒤 전혀 예상 밖의 플레이로 단 숨에 제압해버리던 스타일이었는데, 이는 보는 사람에게는 가장 재밌는 플레이지만, 손자의 관점으로 볼 때는 최선의 병법은 아니었다.

예전에 스타리그를 볼 때 가장 싫어했던 선수가 최연성이었다. 그의 플레이는 재미가 없었고, 그의 상대방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보면 정말 숨이 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를 찔러도 다 막아내며, 한 두 번의 실수 후에도 안정적으로 멀티를 떠서 그는 강해지기만 할 뿐 공격을 나와 역전을 허용할 조금의 가능성도 남기지 않기에 전혀 약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리해도 안 되고 저리해도 안 되니 결국 포기하는 심정으로 돌을 던지게 되니, 최연성은 결국 공격 한 번 안하고 이긴 적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손자가 말하던 ‘좋은 승리’였다.

관중의 입장에서는 재미없지만, 그의 플레이는 전형적으로 손자의 철학을 실현하는 플레이다. 확실히 이길 것 같지 않으면 절대 싸우지 않으며, 싸울 때에는 완전히 압도해버려 다시는 일어설 가능성조차 남기지 않았던가.

생각해보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싸워야 할 때를 아는 것이다. 싸워도 되지 않을 때 싸우는 것도 안 좋고, 싸워야만 하는데 도망가는 것은 더더욱 좋지 않다. 그리고 그 싸워야 할 때를 알기 위해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지지 않을 뿐.

고로, 1승에 기뻐하기 보다 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대비할 지어다. 마침내는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으리니, 그것이 최상의 병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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