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잡(2010)을 보고.

1. 2008년,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경제 위기. 
이른 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대량으로 한 번에 부실채권이 되면서 연쇄적으로 모든 금융권이 한 큐에 망할 뻔 했던 그 당시의 상황을 2시간 동안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담아낸 영화다. 
여러 명의 이해 당사자와의 인터뷰, 쉽고 간단한 그래프 및 그림들, 1980년대부터 미국 경제계를 훑어 올라오며 2008년에 금융위기가 터질 수 밖에 없던 통시적 고찰을 맷 데이먼의 나래이션으로 풀어낸다. 
재밌다. 
2008년에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겠더라. 
2. 짧게 영화에서 설명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 그림과 같다. 
옛날에는 상업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개인에게 꿔주고, 은행은 10년이든 20년이든 이자를 쳐서 대출을 상환받았다. 위 그림처럼. 
그러나, 각종 상업은행 특히 골드만 삭스 출신의 회장들이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이후로 계속 재무 장관이 되면서, 투자은행이 파생상품의 거래가 용이하도록 점점 deregulation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그림이 아래처럼 복잡해진다. 
상업은행은 채무자에게서 10년 20년 상환을 받는 대신, 채권을 그냥 투자은행에 팔아버린다.
상업은행으로서는 남는 장사인 것이, 10년 20년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점점 투자은행이 채권을 마구마구 사주면서 상업은행은 채무자의 경제적 상황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대출을 해준다. 대출을 해서 채권만 만들면 바로 투자은행이 사주니까. 바로 이것이, 안전하고 바람직한 프라임 론이 아닌,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서브 프라임론이 엄청나게 흥한 이유다. 
투자은행은 이런 채권들을 여기저기서 위험성에 따라 조합해서, CDO라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다. 그리고 여기엔 AIG와 같은 보험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 같은 신용평가사가 끼어든다. 
파생상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조합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언제 부실이 나서 휴지가 될 지 모르는 채권들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투자은행의 권유만 믿고 파생상품을 사기엔 불안하다. 이 때 투자은행은 신용평가사가 제공한 신용평가를 들이댄다. 보세요, 스탠다드 푸어스가 AAA로 평가했으니 안전합니다. 믿고 사십쇼. 
문제는 이 신용평가사가 신용평가를 해주는 댓가를 투자은행으로부터 지급받는 점이다. 당연히 신용평가가 객관적이기 힘들다. 너무 많은 채권이 AAA를 받았는데, 검증하는 사람도 없고 내용을 따지는 사람도 아무도 없이 그렇게 이 프로세스는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AIG와 같은 보험사가 끼어든다.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사의 자료를 보고도 불안했다. 그렇다면, 보험을 드시지요. AIG는 보험을 팔았다. 채권이 부실이 되면 저희가 다 갚아드릴께요. 
그렇게, 이 순환의 고리가 완성이 됐다. 
문제는 이 순환의 고리에서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이 됐다는 점이다. 
A. 상업은행은 부실채권을 남발한다. 
B. 투자은행은 자본대비 34배까지 빚을 빌려 부실채권을 사서 파생상품을 팔았다. 
C. 보험사 역시 보증 부담금의 수십배의 보험을 팔았다. 
그리고, 이 층층이 쌓인 리스크가 한 번에 터지는 순간, 경제가 한 큐에 망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가장 괘씸한 건, 경제위기가 터질 때 즈음, 투자은행은 이 파생상품이 부실이 될 거 같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래도 환하게 웃으며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이 파생상품은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으니 저희를 믿고 투자하세요. 라고 해놓고선, 자기들은 이 파생상품이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데 베팅을 걸었다. 경제 위기가 나자,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전부 잃었지만, 투자은행은 베팅이 잭팟을 터트려 돈 방석위에 앉았다. 샹넘들이다. 
3. 글로 다시 써놓으니까 또 어렵다. 
근데, 영화를 보면 이 내용이 하나도 어렵지 않다. 진짜 잘 만들었다. 
놀라운 건, 금융위기를 할리우드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IMF 사태를 영화로 만든 셈이다. 김영삼 대통령, 강만수 장관, 정운찬 교수의 인터뷰를 따고, 간단한 그래프, 직관적인 그림들을 곁들여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누가 돈을 대줄까? 
영화를 만들면 영화관에 걸릴 수는 있을까? 명예훼손죄로 법원에 가지는 않을까? 
이게 미국의 힘인 것 같다. 여러모로 썩었고, 여러모로 불합리한데, 어쨌뜬 하고 싶은 말이 있음 하게 해준다. 이게 아니었으면 예전에 망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4.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시스템이 점점 탈규제화되고, 저 이율이 오랫동안 지속 되면서 사람들의 오랫동안 바래왔던, 위험없이 고수익이 보장되는 상품이 실현된 것 같았다. 파생상품이라는 이름으로. 
허나, 세상에 노 리스크 하이리턴은 없다. 적어도 잠시 가능할 지는 모르나, 영원히 지속되는 노 리스크 하이리턴은 없다. 그걸 원하면 원할수록 시스템이 고장나 언젠간 이렇게 한 방에 가는거다. 
다들 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더 이상 금융쟁이들만 배불르게 하는 일 없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 거 같다. 
세상을 바꿔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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