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 코너 우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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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우드먼이란 녀석은,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고 있던 돈을 모두 모아 세계일주를 떠난다. 아프리카에서 인도를 지나 중국을 거쳐 타이완을 찍고 일본을 돌아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는 루트에서, 그는 낙타, 말, 옥, 서핑보드, 와인, 차를 한 곳에서 사다가 다른 곳에서 팔면서 돈을 벌었다. 주로 중간거래를 생략하고 자신이 직접 산지까지 가서 싼 가격에 물건을 사다가 다른 나라의 번화가 시장에다가 가져다 파는 방법을 썼다. 결론적으로 고생은 좀 했지만 여러나라를 거치며 견문을 넓히고, 직접 무역도 해보면서 돈도 번데다가 이걸로 책 써서 돈벌고 다큐멘터리 찍어서 돈을 벌었으니 아주 훌륭한 성과를 냈다.

 

이 작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좋은 직장에 있었고, 좋은 인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주요한 도움을 얻는 친구들이 있었고, 무역공사니 은행이니 신문이니 정보를 취합하는 요직에 언제든 연락하면 도와주는 은사들이 있었다. 무모해보이는 짓이었지만 사실 무모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정도 인맥을 가지고 교육을 받고 자산이 있다면, 누구나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돌아보면, 사실 무일푼에서 정말 맨주먹으로 성공하는 신화는 없다. 다들 이야기를 안하지만, 그 뒤에는 든든한 부모, 직업적인 인맥, 모아둔 돈. 여러가지가 항상 백업이 있다. 그 사람들이 책으로 펴낼 때 보이는 멋있는 면만 믿고 바로 따라해서는 망한다. 그들이 쓰지 않은 그들의 뒷면이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내고, 나에게는 어느 정도의 백업이 있는지를 살핀다음에 나에게 맞춰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라면, 이런 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각 나라에 있는 친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든 아직도 지구상에 사업기회는 많이 있다는 건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느꼈다. 좋은 가치를 가진 제품을 그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전달할 때 사업의 기회가 생긴다. 지구는 인터넷으로 이어져 옛날보다는 훨씬 더 빠르게 교류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너무나 넓다. 주변을 잘 관찰한다면, 사업기회는 아직도 정말로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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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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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정말로 좋은 책이다. 중국 하 은 주 시대가 끝난 시점, 중국 춘추 전국 시대부터 진나라를 거쳐 유방과 항우의 이야기를 지나 한나라 무제까지의 이야기를, 유명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며 인생이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 해준다. 좋은 점은, 한 사건을 한 번에 서술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한 사건을 여러번 각자의 입장에서 들여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기전체라고 하던데, 훨씬더 박진감이 있고 몰입감을 주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린 만화지만, 만화책으로 워낙 잘 녹여놔서 흠뻑 빠져들어 읽었다.

두 가지를 느꼈는데, 하나는 사람에 관한 것, 또 하나는 돈(혹은 권력)에 관한 것이다. 사람의 인생은 어찌될 지 모른다. 오자서를 비롯해서 유방, 한신까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수많은 위인들의 인생은 파란 만장하다. 배신자로 몰려 죽을 위기에까지 몰렸다가도 다른 나라에 가서 재상이 되어 복수를 한다. 평민 출신에 내세울 것 없던 사람이 나라를 통일하고 후세에 남는 위대한 왕조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수 많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내 인생도 어찌될 지 모르며, 남의 인생도 어찌될 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낙담할 필요가 별로 없다. 인생은 길게 보고,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남겨둘 수 있다면 언제든 재기의 기회는 온다.

돈과 권력을 제대로 쓰기가 매우 어렵다. 진시황 뒤를 이은 희대의 간신 조고를 비롯해 한 고조의 뒤를 이은 여태후. 돈과 권력에 맛들리면 나라를 망칠 뿐더러 자기 주변의 인물들까지 싸그리 화를 입힌다. 그나마 자신의 부를 주위 사람에게 나누어준 전국시대 사공자들을 보면, 돈과 권력을 잡을 수록 나눌 줄 알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아니면 나만 죽는 게 아니라, 내 가족, 내 주변 사람, 평소 나를 싫어하는 사람 모두모두 죽는다. 굉장히 불행하게 될 수 밖에 없으니, 그나마 살아서 천수라도 누리고 싶다면 내 것을 남에게 위임할 줄 알아야한다. 굽힐 줄 알아야한다.

몇 번이나 더 읽어서 인생에 어려울 때마다 엿보고 내 삶의 이정표로 삼을 만한, 정말 최고의 고전이다.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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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현재, 지구상에 가장 강력한 종족은 인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옛날 출현한 호모사피엔스가 수많은 경쟁상대를 물리치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사피엔스만의 특별한 능력들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상상력일 것이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실체가 없는 것들이 많다. 국가라는 것은 허구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있고, 국가가 있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는 없다. 사람들이 국가가 있다고 서로 믿고 있을 뿐이다. 주식회사나 법인도 그렇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그 실체가 없다. 사무실이 있고, 통장이 있고, 회사원이 있고 심지어 회사원들은 회사에서 월급을 받지만, 회사 그 자체는 이 세상에 없다. 법상에 존재하는 허구의 관념일 뿐이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법인이 있다고 믿고 행동하기 때문에 이 허구의 관념이 사회에서는 전혀 문제없이 작동한다. 이 허구의 관념이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사람들은 국가, 회사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상상력이 너무 발전한 것이다.

지금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돈. 그리고 자본주의 또한 허구다. 돈 자체라는 것은 없다. 사람들끼리 정의한 개념일뿐이다. 자본주의 또한 종교다. 과학적인 이론들로 뒷받침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 본질은 종교다. 자본주의의 교리의 중요한 핵심인 ‘사유재산’ 또한 사람들끼리의 약속일뿐이고. 이 개념또한 바뀔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관념으로 쌓아놓은 사회구조가 돌아갈 수 있는 건, 상상력을 배제한 과학이 뒷받침을 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믿음에 흔들리지 않는다. 관찰, 가설, 증명이라는 싸이클을 통해 근거를 갖춘다. 사람들은 탄탄한 과학이라는 근거위에서 여러가지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다. 놀라운건, 양자역학처럼 과학적 가설이 흔들린 때는 과감히 옛날 가설을 버리고 새로운 가설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여태껏 쌓아놓은 상상력의 나래를 부수고 새로 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사피엔스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미래는 훨씬 더 발전할 것이다. 발전의 속도는 점점 빨라져 이제 최근의 1년은 과거 1000년보다도 변화가 많이 일어난다. 사피엔스의 상상력, 과학과 함께라면 정말 지금은 상상도 못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다. 사이보그, 인공뇌까지 등장한다면 실체로서의 사피엔스의 정의는 끝나고 허구로서의 사피엔스의 시대가 등장할 수 있다. 싫던 좋던, 온다. 그럼 우리는 거기에 맞추어 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 것이다. 사피엔스는 항상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파이란. 엄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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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는 세상에서 제일 호구다. 건달인데, 동네 청소년이나 오락실에서 삥뜯고 다닌다. 예전에도 못 나갔지만, 포르노비디오 유통 때문에 감옥을 다녀와보니 더더욱 꼬락서니가 한심하다. 조직의 후배들은 자신의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고, 동기였던 넘은 대장이 되어버렸다. 애매하게 족보가 꼬였다. 그래도 후배들에게 뭐라도 보여줄라고 하다가 여린 마음때문에 그냥 수모만 당하고 만다. 그러던 와중 동기였던 대장넘이 홧김에 라이벌조직의 대장을 죽이는 현장에 같이 있었고, 시체유기를 도와준 뒤에 모든 걸 뒤집어쓰고 감옥에 갈 팔자가 된다. 그리고, 부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을 향해 떠난다.


그에겐 서류상 결혼한 장백란이라는 중국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천애고아로 마지막 남은 핏줄을 찾아 한국에 왔다가 홀로 남겨져버린 불쌍한 인물이다. 인신매매로 강원도 바닷가 마을에 팔려가 세탁소에서 일을 하면서 힘들게 산다.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건 서류상 남편인 강재의 사진뿐이다. 그녀는 강재에게 편지를 쓴다. 강재씨가 세상에서 제일 친절하다고. 뭐 어찌됐던 강재씨가 세상에서 제일 친절하다고. 자기랑 결혼해줬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는 이 편지를 전하지 못한 채 결국 병이 깊어져 죽고 만다.


장례식을 향해 떠나던 강재는 장백란이란 여자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사진을 보고, 자신에게 남겨진 편지를 본다. 세상에서 그 누구도 자기를 인정해주지 않았는데 이 여자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친절하다 한다. 그저 서류하나 줬을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스스로 포기했던 한 인격으로서의 품위를 자각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다.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증거를 평생 처음으로 알았다. 슬픈 건 그녀는 죽어버렸다는 거다. 강재가 할 수 있는 건 가장 만만한 자기 친구한테 술주정을 부리고 경찰관이나 인신매매포주에게 성질을 부리는 것 뿐이다.


강재는 서울로 돌아와 동기였던 대장넘에게 그 대신 감옥에 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고향에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집에 돌아와 우연히 녹화되어있던 장백란의 비디오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동기였던 대장이 보낸 자객에 손에 죽으면서 영화가 끝난다.


어머니에 대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나란 존재는 세상에 나와서 힘들 때가 너무 많다. 사람들은 모두가 나를 이용하려고만 하지 나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 나마저 나의 가치를 잊어버린다. 하지만 세상에 단 한 사람 나의 어머니 만큼은 아무 이유없이 나를 사랑해준다. 단순히 내가 그녀의 자식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를 잘해서 혹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그냥 내가 그녀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많은 사람의 경우 어머니가 떠난 다음이라는 거다. 세상에서 가장 나락으로 떨어져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때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는데, 어머니가 없다. 슬퍼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어머니와 아들은 슬픈 관계다.


마지막에 강재는 자신이 하기로 했던 것들을 모두 파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려 하지만 결국 자객에게 죽는다. 한 번 세상에서 찌들은 사람은 어머니를 핑계로 아무것도 없던 상태로 리셋하기를 원하지만 세상은 그런 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냥 찌든 채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속세에서는 죽음에 필적하는 처벌을 받게되는 것이다. 인생은 비가역적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가 없다. 내가 선택한 결과들이 누적되어 도달한 그 위치는 자신이 감당해야하는 무게다. 내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지 않고 나를 이유 없이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가장 나를 존중하고 싶을 때, 가장 그 사람에게 감사하고 싶을 때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무거운 인생의 굴레다. 파이란을 놓치지 않으려면, 항상 나에게, 그리고 파이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살아야한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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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건국이래 900번 이상의 침략을 받았으며, 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때문이었다.’


이 말을 들으면 900번 이상의 침략을 받는 동안 몇 번의 침략을 했는지를 보여주지 않아 일방적으로 침략만 받은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는 피해를 많이 받았다라는 피해의식이 숨어있다. 우리는 평화롭고자 하는 좋은 사람들인데 주변 사람이 나쁜사람들이다라는 뜻이다. 이 명제는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왔으며, 의심없이 참이라 믿어왔다. 과연 그럴까.


일단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언제나 중요했는가.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임진왜란 이전에는 그렇게 중요한 땅이 아니었다. 청나라는 고구려시대 이후 몇 번의 정벌 실패끝에 정복은 포기하고 조공을 바치면 내버려두는 형태의 느슨한 종속관계를 유지했다. 정말 그렇게 지정학적으로 중요했다면 기를 쓰고 정복해서 청나라의 관리를 보내 직접 통치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해진 것은 일본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한반도를 침략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청나라가 진출할 수 있는 육지의 끝이었고 바다건너 일본은 굳이 정복은 안 해도 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조선에 진출하고 청나라의 원군이 조선에서 싸우자, 한반도는 청나라에게는 일본에 대한 방어선으로 중요해졌다. 임진왜란 이후 일제 강점기까지 일본에게는 한반도는 항상 대륙진출을 위한 전진 보급기지로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 그럼 앞으로는? 미사일이 대륙간을 날아다니고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요즘에는 우리나라는 옛날처럼 지정학적으로 중요하지가 않다. 일본 남쪽, 동남아 남쪽, 중국과 미국의 이해가 직접 부딪치는 그곳이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이다.


우리나라의 주변에는 일본과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북쪽으로는 여진, 만주족, 거란족이 살았고 연해주쪽으로는 러시아가 있었다. 이 사람들을 시야안으로 넣어야 대한민국의 외교사가 눈에 들어온다. 외교란 단순히 양자간 혹은 삼국지처럼 삼자간의 이해관계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중국-한국-일본의 프레임에서만 생각하려다보니 우리는 몇가지 관념에 사로잡혀버렸다. 그래서 몇 가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예를 들자면 아관파천 같은 사태에 대해서, 단순히 대원군이 일본이 밉고 무서워서, 그리고 러시아는 우리나라편이라서 러시아 대사관으로 도망치려 했다고 이해하고 있는데 이건 잘못된 거다. 조선을 계속 자기 수중에 넣으려고 했으나 열강의 견제에 막혀 주춤대던 일본이 어떻게든 한반도를 넣기 위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반면 러시아는 유럽쪽에 신경을 쓰느라 여력이 없어 일단 조선을 독립국으로 유지하되 나중에 힘이 갖춰지면 먹으려고 했었다. 두 나라 모두 우리 편은 아니었다.


역사란 너무 많은 사람들간에 너무 많은 사건들이 이루어진 것들에서 뽑아내 간추린 서사다. 서술이 단순할수록 이해는 쉽다. 하지만 단순할수록 진짜 사정은 옅어진다. 너무 단순하게 서술된 역사에는 의심을 품어야한다.  여러 사례에서 보듯, 사람간의 일은 언제나 그랬지만 복잡하기 때문이다.

국회.

http://www.fnnews.com/news/201601051733234467

페이스북에서 저 기사가 타임라인에 계속 뜬다. 헤이딜러라는 앱을 만든 피알앤디 컴퍼니는 자동차 이용자가 자신이 팔고 싶은 차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중고차딜러로부터 견적을 받아서 좋은 조건에 팔 수 있게 하면서 누적거래액 300억원을 넘겼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서 자동차 경매를 하려면 반드시 3300㎡ 이상 주차장과 200㎡ 이상 경매장을 확보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새누리당 김 의원의 지역구는 중고차 매매센터가 모여 있는 서울 강서 지역이다.

우리나라는 3권분립이 되어 있고 억울한 일이 생기면 주로 행정부에 가서 민원을 넣지만 행정부는 사실 법을 집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고 민원처리가 잘 안된다. 정말 억울한 일은 국회에 가서 이야기를 해야한다. 시대에 안 맞는 법은 고치고, 법이 아직 다스리지 못하는 영역에는 적절한 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일을 해야 억울한 일들이 해결될 수가 있다. 그런데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는다. 국회의 법은 지역을 챙기는 법이 있고 나라 전체를 챙기는 법이 있다. 국회의원은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나라 전체를 생각하여 법을 고칠 것이냐 지역구를 생각해서 법을 고칠 것이냐. 사명감이나 직업윤리등을 별개로 단순히 개인적이고 경제적인 인센티브로만 따지면 무조건 지역구를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다. 지역구를 챙겨야 다음 총선에 또 국회의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역 국회의원의 혜택을 하사받은 지역의 유력인사들은 다시 그 지역 국회의원을 밀어주고 국회의원은 다시 당선되고 챙겨주고. 그들간에 선순환 고리가 완성된다. 반면, 이권과 멀어져 있는 일반 국민들은 여기서 떨어지는 거 하나 없을 뿐더러 심할 경우에는 이렇게 피해까지 입는다.

국회가 무능하다 뭐라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자체를 좀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국회 정말 좆같다.

2015년 투자정산

올해 투자는 8건을 진행했다. 총 165억원. 그중 CO-gp사와 함께한 딜이 85억원. 순수히 내 힘으로 만들어 낸 건 5건, 80억원이다. 분야는 다양하다. 맛집검색앱을 만드는 회사, 식자재를 유통하는 사회적기업, 컴프레서 부품을 만드는 제조사, 마이크 MEMS TR을 만드는 제조사, 뽀로로등 여러 IP를 가지고 사업을하는 IT 컨텐츠 기업. 어쩌다보니 정말 통일성이 없는 포트폴리오가 되어버렸다.

투자를 검토할 때 신조는 남들이 뭐라해도 내가 좋으면 개의치않고 지르는 것이지만 그게 그렇게 맘대로 되지는 않는다. 우와 좋다! 해서 들이밀었다가 여러사람들이 지적하는 약점들에 마음이 약해져서 드랍해버린 경우도 있고, 투자사간 경쟁이 붙어 비딩에서 져버린 경우도 있다. 3달을 들여 거의 끝까지 진행이 되었는데 마지막에 대표님이랑 조건에서 이견을 보여 부러진 경우도 있다. 그렇게 놓친 건이 4건이다. 다 경험이 되고 좋은 약이 되리라 생각한다.

반면 정말 하고 싶을 때는 남들이 뭐라하던 내가 과감히 밀어붙인 경우들이 많다. 재무적 약점이라는 점은 초기기업이므로 앞으로 영업력을 보완하면 된다고 주장했고, 매출이 아직 없다는 것은 현재 아주 좋은 여러 지표들로 보아 분명히 매출을 만들 수 있으며 만들어진다면 아주 크게 될 것이라고 밀어부쳤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삘이 꽂히는 경우는 대표이사의 인성에 반한 경우다. 이런 저런 경력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면, 이 사업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겠구나 스스로 100% 납득이 된 경우에 이렇게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또 몇 건은 생각해보면 과연 내가 정말 스스로 100% 자주적으로 결정했는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은 시간제한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면 놓친다라는 압박은 판단하는데 굉장한 부담을 준다. 가장 좋은 건 내가 판단할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자료, 시장의 흐름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만 많은 경우 이렇게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 아 그래도 비교적 나쁘지는 않은데 지금 결정을 해야만 해서 결정한 경우도 있다. 최대한 이런 경우를 피하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올해 내가 투자한 기업 거의 모두가 투자당시에 검토했던 사업계획서보다는 매출이 잘 안나오고 있다. 사업 계획이란 정말 계획일 뿐이다. 물론 이런 점까지 염두에 두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큰 타격은 아니다. 투자를 할 때는 최악에 최악으로 진행되도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을 고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스스로 확신이 들어서 진행한 경우엔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반면 시간제한에 떠밀려 결정한 경우엔 불안하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이래서 중요한 것 같다.

어쨌든 2015년은 갔다. 내년에는 더 좋은 기업에 스스로 판단해서 잘 투자할 수 있도록해야겠다.